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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게임을 시작하고 싶다는 사람을 만나면 가장 먼저 듣는 질문이 늘 똑같다. 도대체 어떤 작품부터 손대야 하느냐는 것이다. 프롬소프트웨어의 소울 계열은 다크소울 1·2·3, 블러드본, 세키로, 엘든링까지 이어지는데,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한 작품에서 완전히 질려버리고 시리즈 자체에 정이 떨어진다. 나도 그렇게 첫 작품에서 한 번 크게 데인 사람이라, 다섯 작품을 1회차 기준으로 직접 굴려보며 느낀 체감 난이도와 입문 순서를 솔직하게 정리해 본다.

결론부터: 입문은 다크소울 리마스터가 가장 무난하고, 처음 한 작품만 끝까지 깨면 그다음부터는 "이걸 왜 어렵다고 했지" 싶은 순간이 반드시 온다. 첫 작품 선택이 소울 입문의 8할이다.

화톳불 곁에서 쉬는 갑옷 기사를 그린 다크소울 분위기 일러스트
소울 게임의 상징, 화톳불에서 한숨 돌리는 순간 (게임 화면이 아닌 분위기 일러스트)

1회차 체감 난이도부터 솔직하게

순수하게 처음 깰 때의 난이도만 놓고 줄을 세우면, 내 기준으로는 블러드본이 가장 어려웠고, 그다음이 다크소울3, 세키로, 다크소울 리마스터(1), 다크소울2 순서였다. 흔히 "처음 잡은 소울 시리즈가 제일 어렵다"는 말을 하는데, 이게 진짜다. 방패로 막던 손이 회피로만 받아내는 패턴에 익숙해지기까지가 고비라서, 어떤 작품을 첫 작품으로 잡느냐에 따라 그 게임의 체감 난이도가 통째로 달라진다. 같은 다크소울3라도 첫 소울이면 지옥이고, 두 번째 소울이면 시원시원한 명작이 된다. 참고로 다크소울2가 가장 쉽게 느껴진 건 회피 무적 프레임이 민첩 스탯에 따라 늘어나는 등 시스템이 다른 작품과 묘하게 달라서인데, 그래서 평이 갈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첫 작품으로는 권하지 않지만 난이도만 보면 가장 무난하다.

솔직히 고백하면 나도 처음엔 호기롭게 블러드본을 첫 작품으로 골랐다가, 초반 사제 야수 앞에서 30분 넘게 죽기만 하다 컨트롤러를 내려놓은 경험이 있다. 그때 시리즈 자체를 접을 뻔했는데, 순서를 바꿔 리마스터부터 다시 시작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 게임의 재미를 알게 됐다. 그래서 입문 순서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하는 것이다.

입문은 다크소울 리마스터 — 답답함이 오히려 약이 된다

처음 손대기에 가장 추천하는 건 단연 다크소울 리마스터다. "굼뜨고 답답하다"는 평이 많은 작품인데, 재미있게도 적들도 똑같이 답답하게 움직여서 밸런스가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보스도 꼼수가 많아 정공법이 아니어도 넘길 구간이 많고, 무엇보다 맵이 하나로 쭉 이어지는 유기적인 구조라 성취감이 시리즈 최고 수준이다. 병자의 마을에서 출발해 센의 고성을 넘어 아노르 론도의 그 황금빛 공간에 도착했을 때의 기분은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길을 잃고 헤매다가 어느 순간 모든 지름길이 하나로 연결되는 그 감각이, 소울 게임에 빠지는 첫 계기가 된다.

1회차 최대 고비는 누가 뭐래도 온스타인과 스모우 듀오 보스다. 빠른 창잡이와 둔중한 망치잡이가 한 방에 같이 덤비는데, 혼자서는 패턴 두 개를 동시에 외워야 해서 정말 막막했다. 이때 나는 솔라이어를 소환해 둘로 나눠 상대하는 식으로 넘겼다. 자존심 상해할 필요 없다. 협력 소환은 엄연히 게임이 마련해 둔 정식 공략법이고, 막히면 망설이지 말고 쓰는 게 맞다. 본편 클리어까지 대략 35~45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달밤 성 지붕에서 거대한 무장 장수와 맞서는 외팔 사무라이를 그린 세키로 분위기 일러스트
세키로는 막고 흘리는 '쳐내기'의 리듬이 전부다

세키로는 소울이 아니라 리듬 게임에 가깝다

세키로는 소울이라기보다 리듬 액션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방패와 회피로 버티던 소울 유저가 가장 크게 당황하는 작품이 바로 이거다. 핵심은 적의 공격을 정확한 타이밍에 받아쳐 체간을 깎는 쳐내기(가드 패링)인데, 머리로는 알아도 손이 안 따라준다. 나는 초반 보스인 오니교부에게 일부러 수십 번 털리면서 쳐내기 타이밍을 몸에 새겼고, 그 감을 잡은 순간부터 게임이 거짓말처럼 쉬워졌다.

세키로는 한자 용어를 알아두면 패턴 읽기가 한결 편하다. 빨간 글씨로 뜨는 위(危)는 일반 가드로 못 막는 공격(찌르기·하단 베기·잡기)이라는 경고고, 이건 흘리기나 점프·미카리 반격으로만 받아낼 수 있다. 사자원숭이나 검성 잇신처럼 위 공격을 섞어 쏟아내는 보스들이 진짜 고비다. 여기서 중요한 건, 소울 경험이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점이다. 회피하려는 본능을 버리고 "맞서서 쳐낸다"는 새 게임으로 받아들여야 길이 열린다. 클리어까지는 30시간 안팎이면 충분했다.

핏빛 달 아래 빅토리아풍 거리에 선 사냥꾼을 그린 블러드본 분위기 일러스트
블러드본은 방패가 없다 — 받아치며 앞으로 나가는 게임

다크소울3와 블러드본은 어느 정도 적응한 뒤에

다크소울3는 캐릭터가 시원하게 움직이고 회복도 빨라 처음엔 쉬워 보인다. 그런데 막상 해보면 몹 배치가 빽빽하고 보스 패턴이 빨라서 생각보다 까다롭다. 거짓 군주 설리번, 쌍왕자(로스릭과 로리안), 그리고 DLC의 데몬 군주와 게일은 기본 5회 이상은 도전하게 만드는 벽이다. 특히 게일은 마지막 페이즈에서 손이 다 떨릴 만큼 격렬하다.

블러드본은 처음부터 방패가 사실상 없다. 한 대 맞으면 잠깐 안에 다시 때려서 체력을 되찾는 리겐 시스템 탓에, 물러서지 말고 공격적으로 받아쳐야 살아남는 구조다. 그래서 입문작으로는 가혹하다. 본편만 깨는 데도 익숙지 않으면 80~100시간 가까이 걸린다. 다만 한 번 적응하고 나면 시리즈에서 가장 손맛이 좋은 작품으로 꼽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톱날 사냥칼을 변형해 가며 휘두르는 그 타격감은 다른 작품이 주지 못한다. 비슷하게 받아치는 손맛이 좋았던 인디 액션은 사망여각(할로우나이트류) 플레이 후기에 따로 적어 뒀다.

엘든링은 오픈월드라 난이도를 내가 조절한다

엘든링이 최신작이면서도 입문 장벽이 낮은 편인 이유는 단순하다. 오픈월드라 막히면 다른 지역을 돌며 레벨과 장비를 키워 다시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보스 하나에 갇혀 같은 패턴만 반복하다 질리는 일이 적다. 진행 방식에 따라 편차가 커서 60시간에서 100시간 이상까지 벌어지지만, 그만큼 자기 속도로 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지(애마 토렌트)를 타고 넓은 들판을 가로지르다 멀리 보이는 황금 나무를 기준 삼아 방향을 잡는 식의 탐험 자체가 다른 작품에 없던 즐거움이다. 막판 보스인 미켈라의 칼날 말레니아처럼 악명 높은 벽도 있지만, 그마저도 "지금은 못 깨겠으니 일단 다른 지역부터" 하고 미뤄둘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최신작부터 하고 싶다"는 사람에게는 엘든링을 첫 작품으로 권하기도 한다.

새벽 들판 너머 거대한 황금빛 나무를 바라보는 기마 전사를 그린 엘든링 분위기 일러스트
엘든링은 막히면 다른 길로 돌아갈 수 있는 오픈월드다

입문자가 거의 다 저지르는 실수 3가지

처음 소울을 잡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막히는 지점이 있다. 나도 첫 작품에서 똑같이 겪었다.

  • 레벨을 안 올리고 보스만 반복한다. 다크소울 계열은 죽어도 잃은 혼을 회수할 수 있으니, 막히면 주변 잡몹을 돌며 2~3레벨만 올려도 체감이 확 달라진다.
  • 무기 하나에 강화를 몰아주길 두려워한다. 강화 재료는 생각보다 넉넉하게 주어진다. 이것저것 분산하지 말고 손에 맞는 무기 한 자루를 집중 강화하는 편이 훨씬 낫다.
  • 방패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방패는 초반 생존엔 좋지만, 회피·쳐내기 타이밍을 안 익히면 후반 보스에서 반드시 벽에 부딪힌다. 나도 첫 작품 내내 방패만 들다가 중반부터 회피를 새로 배우느라 두 배로 고생했다.

작품별 평균 클리어 시간(입문 기준)

첫 작품을 고를 때 시간도 미리 알아두면 마음이 편하다.

  • 다크소울 리마스터 / 다크소울3 — 본편 35~45시간
  • 세키로 — 30시간 안팎
  • 블러드본 — 익숙지 않으면 80~100시간
  • 엘든링 — 오픈월드라 60~100시간 이상, 편차 큼

첫 작품은 죽는 횟수가 많아 시간이 더 들지만, 두 번째 작품부터는 같은 분량을 절반 가까운 시간에 끝낼 수 있다. 시리즈에 익숙해질수록 "어렵다"는 감각이 "패턴을 읽는 재미"로 바뀌는 게 소울 게임의 진짜 매력이다.

추천 입문 루트: 다크소울 리마스터로 기본기 → 세키로 또는 엘든링 → 다크소울3 → 블러드본으로 마무리. 난이도와 재미를 함께 고려한 순서다.

정리

난이도와 재미를 같이 놓고 보면, 다크소울 리마스터로 구르고 막는 기본기를 익힌 뒤 세키로나 엘든링으로 넘어가고, 마지막에 다크소울3와 블러드본으로 손맛을 즐기는 흐름을 추천한다. 극악 난이도로 돌아온 확장팩 이야기는 둠 이터널 DLC 후기에서 따로 다뤘으니, 어려운 게임 자체를 좋아한다면 같이 보면 좋다. 처음 한 작품의 벽만 넘으면, 그 뒤로는 죽는 게 분해서가 아니라 다음 패턴이 궁금해서 다시 도전하게 된다. 그 지점에 도달하는 게 소울 입문의 전부다.

이 글은 1회차 직접 플레이 경험과 커뮤니티에 공유된 공략 정보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다. 체감 난이도와 클리어 시간은 플레이 스타일과 숙련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