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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소울 시리즈를 1편과 3편, 그리고 엘든링까지 손에 익힌 다음에야 비어 있던 칸을 채우러 다크소울2를 켰다. 시리즈 중에 유일하게 안 해본 작품이었고, 늘 평가가 갈린다는 말을 들어서 일부러 미뤄두고 있었다.
결론부터 적으면 태생 기사로 시작해 28시간 26분, 레벨 147에서 첫 엔딩을 봤다. DLC는 손도 안 댔고, 공략은 왕도 드랭글레이드에서 엘리베이터 작동시키는 기믹 딱 하나만 찾아봤다. 나머지는 전부 내 발로 맵을 핥으며 진행했다.
이 글은 그 28시간 동안 내가 직접 느낀 것들을 정리한 단일 정주행 후기다. 몹 난이도, 조작감, 게임의 친절함, 이 세 축을 중심으로 좋았던 점과 답답했던 점을 가능한 한 솔직하게 적어보려고 한다.
플탐 28시간, 소울 시리즈 중 가장 짧게 끝난 정주행
먼저 분명히 해둘 게 있다. 다크소울2는 내가 클리어한 소울 시리즈 세 작품 가운데 플레이타임이 가장 짧았다. 1편도 3편도 이것보다는 오래 붙잡고 있었고, 엘든링은 비교가 무의미할 만큼 길었다.
28시간이라는 숫자가 짧다고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소울 게임 특유의 반복 도전과 길 헤매기를 감안하면 의외로 빠른 페이스였다. 보스 앞에서 몇십 번씩 죽으며 시간을 까먹는 그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나는 공략을 거의 안 보는 편이라 길을 찾는 데 시간을 많이 쓰는 스타일이다. 그런 내가 28시간 만에 엔딩을 봤다는 건, 전투에서 벽에 부딪히는 시간이 그만큼 적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헤맨 시간은 주로 동선 때문이었지 보스 때문이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엔 내가 운이 좋았나 싶었는데, 엔딩을 보고 나니 이건 운이 아니라 게임 구조 자체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벨업에 들어가는 소울이 워낙 적게 풀려서 파밍을 따로 하지 않아도 스펙이 난이도를 한참 앞질러 버린 탓이다.
태생을 기사로 잡은 것도 짧은 플탐에 한몫했다. 시작부터 방패와 체력, 근력이 어느 정도 받쳐주니까 초반 필드에서 어이없게 죽는 일이 적었다. 굳이 무기를 갈아탈 이유도 못 느꼈고, 들고 시작한 무기 계열을 강화해가며 거의 끝까지 밀고 갔다.
그래서 빌드 고민에 시간을 많이 쓰지 않았다. 소울이 빠듯하니 능력치를 분산 투자할 여유가 없었고, 자연스럽게 체력과 근력 위주로 몰아주는 단순한 빌드가 됐다. 이 단순함이 클리어 속도를 끌어올린 동시에, 게임을 깊게 파고들 동기를 줄인 것도 사실이다.

몹 난이도 5점, 보스 4트 넘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난이도부터 솔직하게 점수를 매기면 10점 만점에 5점이다. 딱 중간. 필드는 쉬웠다. 물론 짜증나는 구간이 아예 없진 않았지만, 앞서 말한 소울 수급 문제 때문에 난이도 대비 캐릭터 스펙이 늘 과했다.
이게 필드보다 보스전에서 더 크게 체감됐다. 보스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너무 쉬웠다고밖에 못 하겠다. 최대 도전 횟수가 4트를 넘어간 보스가 단 하나도 없었다. 소울 시리즈를 해본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맥 빠지는 수치인지 알 것이다.
가장 어이없었던 순간은 최후반부다. 왕좌의 수호감시자들을 정리하고 그 흐름 그대로 나샹드라 보스전에 들어갔는데, 정직하게 맞딜로 1트에 끝냈다. 나샹드라가 생성하는 구체 기믹을 어떻게 파훼하는지도 몰랐고, 거는 저주는 그냥 인간성으로 풀어가며 두들겼다.
피하지 못해서 맞딜을 한 게 아니다. 굳이 패턴을 외워가며 피할 필요가 없을 만큼 내가 단단했고, 무엇보다 다음에 이야기할 조작감 때문에 차라리 맞고 때리는 쪽이 안전했다.
왕좌의 수호감시자들은 그나마 손맛이 있는 보스였다. 여럿이 동시에 달려드는 구간이라 위치를 잡는 재미가 있었고, 잠깐 긴장도 됐다. 그런데 그 긴장조차 두세 번 만에 풀려버렸다. 패턴이 손에 익는 속도보다 내 스펙이 보스 체력을 깎는 속도가 빨랐기 때문이다.
소울 게임의 묘미는 보스 앞에서 수십 번 죽으며 패턴을 외우고, 마침내 한 줄기 빈틈을 찾아 넘어서는 그 카타르시스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크소울2는 그 죽음의 반복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보스를 넘어섰다기보다 그냥 지나쳐 갔다는 느낌이 훨씬 강했다.
이런 밸런스는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시리즈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도전의 무게가 빠진 자리가 휑하게 느껴진다. 나에게는 후자였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 필드 난이도는 무난, 짜증 구간은 일부 존재
- 보스는 전반적으로 쉬움, 4트 초과 보스 0마리
- 소울 수급이 적어 파밍 없이도 스펙이 난이도를 추월
- 최종 구간조차 맞딜로 돌파 가능한 밸런스
조작감은 정말 적응이 안 됐다, 구르기 무적 프레임이 발목을 잡았다
가장 점수가 짠 항목이 조작감이다. 10점 만점에 1점. 게임을 처음 깔고 손에 잡았을 때 내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공격 버튼을 눌렀는데 1초쯤 딜레이 후에야 칼이 나가고, 연타를 하면 오히려 공격이 끊겼다. 내가 그동안 해온 다크소울 1편, 3편, 엘든링과는 조작 편의성 자체가 달랐다. 이건 더블클릭 관련 옵션을 해제하고서 해결되긴 했는데, 게임을 껐다 다시 켜면 매번 다시 설정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런데 진짜 발목을 잡은 건 따로 있다. 구르기 무적 프레임이다. 내가 해온 소울 게임은 보통 구르기 무적 프레임이 12 정도였는데, 다크소울2는 체감상 그 절반쯤밖에 안 됐다.
빨리 구른 것도 아니고 느리게 구른 것도 아니다. 구르는 모션 중에 분명히 내 등이 바닥에 닿았는데 그 순간 공격에 얻어맞는 황당한 상황을, 이 게임 하면서 셀 수 없이 겪었다. 그래서 결국 최종보스마저 회피를 포기하고 맞딜을 택하게 된 거다.
엔딩을 보고 찾아보니 이유가 있었다. 기본 무적 프레임이 6에서 7 사이로 낮게 잡혀 있고, 적응력이라는 능력치를 올려야 무적 프레임이 늘어나는 구조였다. 솔직히 레벨업으로 무적 프레임을 늘린다는 발상을 나는 게임 내내 떠올리지도 못했다. 적응력을 올리면 민첩해진다고만 알았지, 그게 회피 무적 시간을 늘려준다는 뜻인 줄은 끝까지 몰랐다.
이게 다크소울2 조작 평가가 그렇게 갈리는 핵심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시스템을 미리 이해한 사람과 모르고 들어간 사람의 체감이 완전히 달라진다.
돌이켜보면 게임은 적응력의 존재를 분명히 안내하고 있었다. 능력치 설명란에도 적혀 있었고, 회피가 잘 안 되는 순간마다 힌트는 있었던 셈이다. 다만 그 설명이 회피 무적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 민첩이라는 단어 뒤에 회피 프레임이 숨어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다른 소울 게임은 구르기 한 번만 해보면 무적 타이밍이 손에 잡힌다. 그런데 다크소울2는 같은 동작을 같은 타이밍에 해도 결과가 달라서, 내 손이 잘못된 건지 게임이 다른 건지 한참을 헷갈렸다. 이 불확실성이 전투의 리듬을 계속 끊어놓았다.
그래서 후반으로 갈수록 회피 자체를 신뢰하지 않게 됐다. 차라리 방패를 들어 막거나, 거리를 벌렸다가 한 대 치고 빠지는 단순한 패턴으로 모든 전투를 풀었다. 화려한 회피 플레이와는 거리가 먼, 가장 안전한 방식이었다.

그리운 향나무와 소울 멤버십 같은 진행 동선, 불친절함 2점
친절함 항목은 10점 만점에 2점을 줬다. 그 2점도 난이도 대비 스펙을 한참 높여줘서 얹어준 점수에 가깝다.
가장 답답했던 건 그리운 향나무 시스템이다. 인게임에서 주는 개수가 한정돼 있고, 상점에서 사려고 하면 비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껴 쓰게 되는데, 막상 이걸 쓰는 자리마다 십중팔구는 진행에 꼭 필요한 길목이라 부담이 컸다.
그래서 죄인의 탑 앞 화톳불을 여는 데 향나무가 필요했을 때, 어차피 보스도 약하고 꼭 열어야 하는 화톳불 같지도 않아서 그냥 건너뛰고 보스전을 치렀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화톳불을 막고 있던 석화체가 보스 소울을 무기로 연성해주는 NPC였다. 하필 내가 향나무를 아끼느라 건너뛴 단 한 명이 그 사람이었다. 향나무를 넉넉히 줬다면 망설임 없이 풀었을 텐데, 초반 지역이라 아까워서 안 쓴 게 크게 작용했다. 결국 나는 엔딩을 볼 때까지 보스 무기는 구경도 못 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싶은 게, 다크소울2 특유의 자원 인색함이다. 소울이든 향나무든 늘 빠듯하게 주면서 플레이어가 알아서 아껴 쓰게 만든다. 이걸 두고 일부에서는 소울 멤버십 같은 짠 구조라고 표현하는데, 직접 해보니 그 표현이 왜 나왔는지 이해가 됐다.
문제는 이 인색함이 플레이어의 선택을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한다는 점이다. 자원이 귀하니까 당연히 아껴 쓰는데, 정작 게임은 그 아껴 둔 자원을 핵심 길목에서 쓰라고 설계돼 있다. 결국 아낀 사람이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되어버린다.
죄인의 탑 앞 사례가 딱 그랬다. 초반 지역이고 보스도 약했으니 향나무를 쓰는 게 아깝다고 판단한 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런데 그 합리적인 판단이 보스 무기 연성이라는 큰 보상을 통째로 날려버렸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았을 때의 허탈함은 꽤 컸다.
이런 설계는 정보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경험을 극단적으로 가른다. 공략을 보고 시작한 사람은 향나무를 어디에 써야 하는지 알고 들어가니 문제가 없다. 하지만 나처럼 공략 없이 스스로 판단하며 가는 사람은 매 순간 손해를 감수하게 된다.
- 몹 난이도 — 5 / 10, 필드 무난, 보스 4트 초과 0마리
- 조작감 — 1 / 10, 입력 지연과 짧은 무적 프레임
- 친절함 — 2 / 10, 인색한 자원과 막막한 동선
- 뉴비 추천도 — 1 / 10, 시리즈 첫 작품으로는 비추천
스토리텔링과 동선 설계, 목적성이 끝까지 잡히지 않았다
보스를 하나하나 잡는 동안 묘하게 재미가 안 붙었다. 잡을 때마다 또 약하네 싶었고, 더 큰 문제는 내가 왜 이 보스를 잡고 있는지, 이 소울을 모아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가 끝까지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크소울 1편과 3편, 엘든링은 시네마틱과 NPC 대사를 따라가다 보면 누구를 잡아야 하고 소울을 모아 무엇을 해야겠다는 그림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그런데 다크소울2는 그게 잘 안 됐다. 분명 어딘가에서 설명을 해줬을 텐데 볼륨이 워낙 커서 내가 흘려보냈을 수도 있다.
그래도 변명하기엔 내가 맵을 꽤 성실히 탐험했다. 찾기 어렵다는 히든 던전인 오래된 어둠의 구멍 세 곳을, 그 존재 자체도 모른 채 공략 없이 전부 찾아냈다. 미라의 루카티엘 퀘스트도 끝까지 완수했다. 그런 내가 길을 잃었다면 게임이 불친절한 게 맞다.
실제로 후반부에 용에게 키 아이템을 받은 직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한참을 막혔다. 길 안내가 없어서 여기저기 NPC를 찾아다니다가, 고생 끝에 나샹드라에게 말을 걸자 대화가 갱신되며 거인의 기억으로 들어가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제야 잊고 있던 나무 거인들을 떠올렸다.
왕의 반지와 회색 안개의 핵, 동선 간격이 만든 길막
여기서 동선 설계의 약점이 도드라진다. 왕의 반지를 얻는 시점과 회색 안개의 핵을 얻는 시점 사이의 간격이 꽤 컸다. 나는 왕의 반지를 얻자마자 열 수 있는 왕의 문을 전부 열고 다녔는데, 안 딜 저택으로 통하는 문을 빼면 큰 의미가 없었고, 그 외의 문들은 어느새 기억에서 흐려졌다.
왕의 반지와 회색 안개의 핵을 비슷한 시기에 줬다면 진행이 훨씬 매끄러웠을 거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고, 회색 안개의 핵 아이템 설명조차 게임 스토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꿰고 있는 상태여야 거인과 상호작용할 생각을 떠올릴 수 있게 적혀 있었다.
거인이 멸망했다는 정보를 알려준 NPC를 초반에 본 기억밖에 없다. 그마저도 내 기억이 왜곡됐을 수 있다. 후반에 재상 베라가 비슷한 맥락을 살짝 건드린 정도인데, 그도 멸망이라는 단어를 직접 꺼낸 적은 없다.
사실 여기까지 올 것도 없이, 회색 안개의 핵을 얻고 나샹드라에게 다시 말을 거는 대목에서 일반 유저는 막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나샹드라를 처음 만나는 시점과 왕의 반지를 얻고 망자화된 벤드릭을 만나는 시점의 간격도 멀고, 거기에 회색 안개의 핵까지의 간격이 더해지면 나샹드라라는 단서 자체를 잊어버리기 딱 좋다.
그래도 끝까지 간 이유와 뉴비 추천도, 다음 계획
이렇게 불만을 길게 적었지만 중간에 하차할 만큼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니다. 엔딩까지 본 건 그만한 흡인력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편의성이 너무 바닥이라 다시 한 번 더 돌리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뉴비 추천도를 굳이 매기면 10점 만점에 1점이다. 내가 클리어한 다크소울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낮다. 소울 게임이 처음인 사람이라면 나샹드라까지 갈 것도 없이 그 전부터 동선에서 막힐 가능성이 높다.
다크소울 1편, 2편, 3편을 차례로 돌려보고 매번 든 생각은 결국 같다. 시리즈 입문용으로는 엘든링이 압도적으로 친화적이라는 점이다. 길 안내, 자원 배분, 회피 시스템의 직관성까지 전부 후대 작품이 한참 다듬은 결과다.
그래도 첫 엔딩을 본 입장에서 다음 계획은 정해뒀다. 적응력 능력치를 일찍 투자한 빌드로 한 번 더 손에 익혀보고, 이번에 끝내 못 받은 보스 소울 무기 연성까지 챙긴 다음, 미뤄둔 DLN 구간과 DLC까지 마저 정리해볼 생각이다.
한 가지 덧붙이면, 프롬소프트웨어 특유의 스토리텔링 감각 자체는 이 작품에도 분명히 깔려 있다. 텍스트를 파고들고 설정을 추리하는 재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곱씹을 거리가 적지 않다. 다만 그 재미가 진행 동선과 매끄럽게 맞물리지 못하니, 끝까지 흩어진 조각으로 굴러다닌다는 게 내 결론이다.
설정충 입장에서는 왕도 드랭글레이드를 비롯한 지역들의 분위기와 NPC들의 사연이 각각 곱씹을 만했다. 미라의 루카티엘처럼 끝까지 따라간 NPC의 이야기는 마음에 진하게 들어왔다. 문제는 이런 좋은 조각들이 하나의 큰 줄기로 꿰어지는 감각이 약했다는 데 있다.
같은 다크소울2라도 시스템을 미리 알고 들어가면 평가가 달라진다는 걸 이번에 직접 확인했다.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가 단순히 취향 차이가 아니라, 정보 격차에서 온다는 점을 후기로 남겨둔다. 다음 회차에서는 적응력을 올린 빌드로 회피의 손맛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그 차이를 직접 기록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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