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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판타지를 제대로 붙잡고 끝까지 간 게 이번이 처음이에요. 7편이랑 10편은 옛날에 친구 집에서 깔짝거리다 말았고, 내 손으로 엔딩까지 본 넘버링은 16이 처음이거든요. 사실 살까 말까 한참 망설였어요. 턴제 RPG로 알고 있던 시리즈가 갑자기 액션 RPG로 바뀐다길래, 이게 내가 알던 그 파이널 판타지가 맞나 싶었죠.
그래도 트레일러에서 본 소환수 대전 장면이 자꾸 눈에 밟혀서 결국 질렀어요. 2023년 6월 22일 출시였고, PS5 독점이라 본체 먼지 닦는 김에 같이요. 결론부터 말하면, 망설인 시간이 아까울 만큼 약 3주를 푹 빠져 살았습니다. 평일엔 퇴근하고 두세 시간, 주말엔 새벽까지요. 좋았던 점도 많고 끝나고 나서 좀 투덜댄 부분도 있어서, 직접 패드 잡고 겪은 걸 솔직하게 적어볼게요.
턴제인 줄 알았는데 손이 바빠지는 액션이었어요
처음 전투에 들어갔을 때 손이 좀 꼬였어요. 옛날 파이널 판타지처럼 커맨드 고르고 기다리는 그림을 상상했는데, 막상 적이 달려들면 실시간으로 피하고 때리고를 다 해야 하더라고요. 전투 디렉터가 데빌 메이 크라이 쪽 출신이라는 얘기를 나중에 봤는데, 듣고 나니까 손맛이 왜 그렇게 빠릿했는지 납득이 가더라.
주인공 클라이브 로즈필드를 조작하면서 검 4타 콤보랑 마법을 섞는 게 기본이에요. 근데 이 기본기만으로는 큰 적 앞에서 영 화력이 부족하게 느껴졌어요. 그걸 메워주는 게 소환수 스킬인데, 최대 3개 속성의 소환수를 골라서 속성마다 스킬 2개씩 꽂아 쓸 수 있어요. 단순 계산으로도 손에 쥔 액티브 스킬이 여섯 개라, 조합 경우의 수가 꽤 많거든요. 저는 초반에 이것저것 바꿔 끼우다가, 결국 타이탄한테 정착했어요. 방어랑 반격 위주라 제 성격에 맞더라고요.
타이탄 스킬 중에 레이징 피스트라는 게 있는데, 정확한 타이밍에 커맨드를 넣으면 패리랑 같은 효과가 나면서 대미지까지 강해져요. 난전에서 이거 한 방 제대로 꽂으면 흐름이 확 넘어옵니다. 처음엔 타이밍을 못 잡아서 그냥 두들겨 맞기만 했는데, 몇 번 죽고 나니까 손에 감이 붙더라.

윌 게이지랑 리미트 브레이크에 재미 붙은 순간
이 게임 전투의 핵심은 결국 윌 게이지예요. 적을 때릴 때마다 이 게이지가 줄어드는데, 절반을 깎으면 적 움직임이 잠깐 멈추고, 전부 깎으면 테이크다운 상태로 넘어가요. 이때가 노다지예요. 적이 한동안 못 움직이니까 가진 스킬을 전부 쏟아부어서 대미지를 욱여넣는 거죠. 타수가 늘어날수록 대미지가 최대 1.5배까지 붙어서, 스킬 순서를 어떻게 안배하느냐로 딜이 확 갈리더라고요.
패리도 쏠쏠해요. 적 공격 타이밍에 딱 맞춰 받아치면 시간이 슬로우로 느려지면서, 발동 긴 스킬이나 콤보를 욱여넣을 틈이 생겨요. 처음엔 무서워서 계속 회피만 굴렀는데, 패리 맛을 알고 나선 일부러 적 공격을 기다리게 되더라.
그리고 진짜 변수는 리미트 브레이크였어요. 최대 4칸까지 차는 게이지인데, 한 칸이라도 채워서 터뜨리면 콤보 대미지가 강해지는 건 기본이고, 게이지가 다 빠질 때까지 체력이 계속 차오르고 그동안엔 무슨 공격을 맞아도 안 죽어요. 빈사 상태에서 광역기가 피할 수 없게 날아올 때, 일부러 리미트 브레이크 켜고 정통으로 맞으면서 체력을 채우는 짓을 몇 번 했는데, 그게 그렇게 든든하더라고요. 죽을 자리에서 살아나오니까요.
이런 장치들이 잘 짜여 있어서, 손이 느린 저 같은 사람은 생존 쪽으로 세팅을 짜면 되고, 손 빠른 분들은 거점의 아레테 스톤에서 아케이드 모드로 랭크 도전까지 갈 수 있어요. 아레테 스톤에선 트레이닝으로 커맨드 입력을 직접 확인하면서 연습할 수 있어서, 새 소환수 받을 때마다 여기서 한참 깨작거렸습니다.
이야기와 전투가 번갈아 와서 패드를 못 놓겠더라
PD인 요시다 나오키가 이 게임을 롤러코스터 같다고 표현했다는데, 다 하고 나니까 그 말이 딱이에요. 이야기로 감정을 끌어올리는 필드 탐색이랑 거점 관리가 있고, 그러다 스릴 넘치는 전투가 훅 들어오고, 또 잠잠해지고. 이 오르락내리락이 번갈아 와서 어, 한 챕터만 더, 하다가 새벽까지 붙잡고 있던 날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배경인 발리스제아라는 대륙은 다크 판타지예요. 마법을 쓰게 해주는 크리스털이 있고, 크리스털 없이 마법을 쓰는 인간을 베어러라고 부르는데, 이 베어러들이 노예처럼 부려지는 세상이에요. 얼굴에 문신이 새겨진 채 몸이 돌처럼 굳을 때까지 일하는 묘사가 초반부터 나와서, 분위기가 꽤 묵직해요. 클라이브도 이 베어러로서의 삶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요.
좋았던 건 플레이 구간이랑 컷신이 끊김 없이 이어진다는 점이에요. 컷신 카메라 워킹이 거의 영화 수준이라, 패드 내려놓고 보는 동안에도 지루하지가 않더라고요. 마을이나 거점의 평범한 NPC한테까지 더빙이 다 들어가 있어서, 말을 안 걸고 그냥 돌아다니기만 해도 그 동네 분위기랑 전쟁 여파가 자연스럽게 읽혀요.

이야기가 복잡하게 꼬일 땐 PS5 패드 가운데를 누르면 돼요. 액티브 타임 로어, 줄여서 ATL을 펼치면 지금 장면의 주요 인물이랑 여태 벌어진 사건, 그 장소의 과거까지 복기할 수 있어요. 저처럼 며칠 쉬었다가 다시 켜면 누가 누군지 헷갈리는 사람한테 이게 진짜 고마운 기능이더라고요. 새 국가로 넘어가기 전엔 거점의 비비안한테 가면 그 나라 정치 상황이랑 전황을 설명해줘서, 다음 이야기에서 뭘 노려야 하는지 감을 잡고 출발할 수 있었어요.
다크 판타지라 마음이 좀 가라앉을 땐 필드에서 늑대 버디 토르갈한테 X를 눌러요. 마음껏 쓰다듬어줄 수 있거든요. 별거 아닌데 이거 하나로 기분이 풀려서, 힘든 챕터마다 토르갈부터 찾았습니다.
난이도랑 플레이타임, 그리고 클리어 후
난이도 고민하는 분들 많을 텐데, 이 게임은 모드를 골라서 시작해요. 스토리 포커스 모드는 복잡한 액션을 간편한 조작으로 즐기게 해주고, 액션 포커스 모드는 액션 RPG 본연의 손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쪽이에요. 그래도 어렵다 싶으면 액세서리로 일부 조작을 자동화할 수 있어요. 자동 회피나 콤보 보조 같은 걸 끼우면, 액션 어려워하는 분들도 이야기만 보러 충분히 완주할 수 있게 해뒀더라고요. 액션 게임 거의 안 해본 제 친구한테 추천했는데, 자동화 액세서리 끼고 무난하게 엔딩 봤대요.
제 본편 클리어는 대략 35시간 안팎이었어요. 서브 퀘스트랑 리스키 몹 사냥을 좀 챙기면서 갔는데도 이 정도였으니, 메인만 빠르게 달리면 더 짧을 거예요. 리스키 몹은 필드에 있는 강한 마물인데, 거점 모그리 게시판에서 수배서를 보면 출몰 장소랑 설명이 나와요. 잡아서 나온 재료로 대장간에서 좋은 장비를 만들 수 있어서, 도전 욕구가 생기더라고요. 저는 이 사냥 돌다가 본편이 늘어진 케이스예요.
다 끝냈다고 게임이 끝나는 건 아니에요. 클리어하면 강한 채로 새 게임에 들어갈 수 있는데, 여기서 파이널 판타지 챌린지라는 하드 모드가 열려요. 클라이브 레벨 상한이 100까지 올라가고 적들도 강화돼서 나와요. 장비랑 액세서리 강화 단계도 더 늘어나서 성장하는 재미가 길게 이어지고요. 시리즈 전통인 알테마 웨폰 제작도 2회차부터 가능해서, 한 번 더 돌 명분이 충분했어요. 다만 강한 채로 새 게임을 켜면 스토리 포커스나 액션 포커스 모드로는 못 바꾸니까 이건 알고 시작하세요.
참고로 출시는 2023년 6월이었고, 이후에 DLC도 두 편 추가됐어요. 본편이 워낙 깔끔하게 끝나서 DLC 없이도 완결을 본 느낌인데, 더 놀고 싶은 사람한텐 명분이 생긴 셈이죠.
아쉬웠던 번역, 그래도 또 켜게 되는 이유
투덜댈 거리도 솔직히 있었어요. 일부 서브 퀘스트나 필드 대화에서 발화자 이름 표기가 들쭉날쭉한 구간이 있고, 거친 분위기에 욕설이 나와야 할 대목을 번역이 적당히 뭉뚱그려 놔서 김이 좀 새더라고요. 인물 사이 호칭이나 멸칭도 더빙은 거친데 자막은 밋밋해서, 혼란스러운 분위기랑 살짝 따로 노는 느낌이었어요. 영어 음성으로 듣다 보면 자막이 순화된 게 티가 나서 좀 아쉬웠습니다.
그런데도 이 게임을 계속 켜게 되는 건, DLC 떡밥으로 다음을 기다리라는 어중간한 마무리가 아니라 한 편의 영화처럼 이야기를 끝내고도 놀 거리를 잔뜩 남겨놨기 때문이에요. 미완성으로 내놓고 추가 콘텐츠 사라는 게임들에 지쳐 있었거든요. 그래서 깔끔한 엔딩 보고 패드 내려놓는 그 감각이 오랜만이라 기분이 좋았어요.
파이널 판타지 오래 좋아한 분들한텐 이 IP로 이런 다크 판타지도 가능하구나 싶은 새 그림을 보여주고, 시리즈를 잘 몰라도 액션 RPG로 들어온 사람한테는 단독 작품으로 충분히 재밌는 게임이에요. 저처럼 살까 말까 망설이는 분 있으면, 액션 좀 못해도 괜찮으니 한번 잡아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저는 2회차 챌린지 돌면서 타이탄 말고 다른 소환수 조합도 슬슬 손에 익혀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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