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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른오더를 밀어놓은 지 한참 됐는데, 연말 세일로 후속작을 담았다가 12월 31일 밤에 엔딩 크레딧을 봤다. 스타워즈 제다이: 서바이버, 발매는 2023년 4월 28일이고 리스폰 엔터테인먼트가 만들고 EA가 낸 액션 어드벤처다. 전작 오더의 몰락에서 5년이 지난 시점을 다루는데, 주인공 칼 케스티스랑 등에 업은 드로이드 BD-1이 그대로 돌아온다. 나는 평소 소울류만 파던 사람이라 이런 대중적인 액션은 며칠이면 끝날 줄 알았다. 그게 60시간 넘게 갔다. 전작이 2019년에 나왔으니 4년 만의 후속작인 셈인데, 그 사이 콘솔 세대가 넘어가서 이번엔 구세대기가 빠지고 PS5랑 엑스박스 시리즈, PC로만 나왔다.

폴른오더 5년 뒤, 다시 칼 케스티스를 잡았다
시작하자마자 느낀 건 전작을 안 하고 들어오면 감정선이 좀 붕 뜬다는 거였다. 나는 전작을 끝까지 했던 터라 칼이 왜 저렇게 지쳐 보이는지 바로 이해가 갔는데, 옆에서 구경하던 동생은 이 형이 누구냐고 계속 물어봤다. 그래서 첫 두세 시간은 내가 옆에서 전작 줄거리를 대충 설명해주면서 진행했다.
주 무대가 되는 행성이 코보다. 전작에서 함선 맨티스를 몰던 파일럿 그리즈가 여기서 술집을 운영하고 있고, 제국 추격을 피해 도망치던 칼이 고장 난 배를 고치러 이 행성으로 온다. 은하계 외곽의 작은 행성이라는 설정인데, 막상 들어가 보니 규모가 전작보다 훨씬 넓어서 처음엔 좀 당황했다.
전작은 스테이지가 나뉘어 있었는데 이번엔 그걸 오픈필드에 쭉 붙여놨다. 나처럼 메트로배니아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이 구조가 반가웠다. 길이 막혀 있으면 나중에 능력을 얻고 다시 오라는 신호니까, 지도에 표시만 해두고 돌아서는 재미가 있다.
코보라는 행성 하나에 이렇게 오래 붙잡힐 줄
솔직히 메인 퀘스트만 따라가면 코보를 절반도 못 본다. 나는 옆길로 새는 성격이라 상자 하나 보이면 거기까지 어떻게 가나 30분씩 붙잡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자꾸 늘었다.
넓어진 만큼 공간을 채우는 오브젝트나 NPC가 확 늘었고, 술집에 손님을 데려오면 하나씩 자리가 채워지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나는 이 술집 채우는 걸 은근히 좋아해서, 낯선 NPC를 만나면 일단 코보로 보낼 수 있나부터 확인했다.
코보 말고 사막 행성 제다도 다시 밟게 되는데, 두 행성의 분위기가 확 달라서 이동할 때마다 환기가 됐다. 나는 코보의 초록빛보다 제다의 황량한 모래벌판이 더 취향이었다. BD-1로 지형을 스캔하면 숨은 길이나 보물 위치가 뜨는데, 이 스캔 습관 덕에 지도를 채우는 재미가 더 커졌다.
다만 넓은 맵을 뛰어다니다 보면 실내보다 코보 같은 야외에서 프레임이 가끔 툭툭 떨어졌다. 나는 PC로 했는데, 처음엔 내 그래픽카드 탓인 줄 알고 옵션을 한참 만졌다. 알고 보니 발매 초기부터 지적받던 최적화 문제였고, 이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래도 발매 후 패치가 여러 번 나오면서 내가 산 시점엔 초기 리뷰만큼 심하진 않았다.
이런 오픈필드 탐험 맛은 젤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을 하면서 느꼈던 그 자유로움과 결이 비슷했다. 물론 규모나 상호작용은 젤다 쪽이 위지만, 스타워즈 세계관을 이 정도 밀도로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만족했다.

스탠스 5종, 나는 결국 이 두 개로 굳었다
이번 작의 전투 핵심은 스탠스 5종이다. 라이트세이버를 다루는 자세가 다섯 개인데, 이 중 두 개를 장착하고 전투 도중 버튼으로 바꿔 쓰는 방식이다. 전작보다 선택지가 늘어서 나한테 맞는 조합을 찾는 재미가 컸다.
다섯 자세를 정리하면 이렇다.
| 스탠스 | 특징 | 내가 쓴 상황 |
|---|---|---|
| 싱글 | 공수 밸런스형 무난한 기본기 | 초반 적응할 때 계속 썼다 |
| 듀얼 | 양손 세이버로 빠른 연타 | 단일 강적 몰아칠 때 |
| 더블블레이드 | 다스 몰 스타일 다수전 방어 | 잡몹 여럿에 둘러싸였을 때 |
| 블래스터 | 세이버와 블라스터 병행 원거리 대응 | 원거리 사수 처리용 |
| 크로스가드 | 카일로 렌 스타일 느리고 강한 한 방 | 방어 두꺼운 보스 깰 때 |
나는 최종적으로 크로스가드와 블래스터 조합으로 굳었다. 크로스가드로 방어 두꺼운 적의 자세를 깨고, 원거리에서 총 쏘는 적은 블래스터로 정리하는 흐름이 나한테 제일 편했다. 듀얼이 화려하긴 한데 나는 손이 느려서 자주 얻어맞았다.
전투 감각 자체는 전작이랑 크게 다르진 않다. 패링 타이밍 잡는 손맛은 세키로 패링만큼 칼같지는 않지만, 스타워즈 특유의 세이버 부딪히는 소리와 진동 덕에 때리는 맛은 확실하다. 세이버 액션의 묵직함만 보면 P의 거짓 액션에서 느낀 그 타격의 무게감과도 비교해볼 만했다.
소울류 하던 손에 명상 포인트가 익숙했다
전투 얘기 나온 김에 편의 요소도 적어둔다. 이 게임엔 명상 포인트라는 휴식 지점이 있는데, 여기서 쉬면 체력이 차는 대신 잡아둔 적이 되살아난다. 나는 이 구조가 소울류의 화톳불이랑 똑같아서 처음부터 손에 붙었다. 위험한 구간을 앞두면 일단 명상 포인트를 찾아 스탠스를 바꾸고 들어가는 게 습관이 됐다.
세이버랑 캐릭터 꾸미는 재미도 쏠쏠하다. 세이버는 손잡이 소재랑 색, 방출부 파츠까지 잘게 나눠 바꿀 수 있고, 칼의 머리 모양이나 판초 같은 외형도 맵 곳곳에서 주운 걸로 갈아입힌다. 전투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나는 새 파츠 나오면 명상 포인트에서 한참 조합을 맞춰봤다. 성능이랑 무관한 이 시간이 은근히 힐링이었다.
포스 능력은 밀기, 당기기에 더해 정신 조작이 생겨서 약한 적은 잠깐 아군으로 돌려 쓸 수 있다. 나는 여럿한테 둘러싸이면 하나를 정신 조작으로 돌려두고 그 틈에 나머지를 정리하는 식으로 자주 썼다. 이런 소소한 변수 덕에 전투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았다.
메트로배니아를 좋아하면 여기서 갈린다
호불호가 크게 갈릴 지점을 미리 적어둔다. 나는 좋게 봤지만 친구는 답답하다고 중간에 놨다.
- 능력을 얻어야 열리는 길이 많아서, 탐험을 싫어하면 반복 이동이 지겨울 수 있다
- 능력 습득 연출이 전작보다 밋밋해졌다. 컷신으로 스윽 얻고 바로 다음으로 넘어가버린다
- 전작은 회상으로 튜토리얼까지 겸했는데, 그 특유의 리듬감이 이번엔 좀 약하다
- 대신 오픈필드라 한 번 능력을 얻으면 갈 수 있는 곳이 확 늘어나는 해방감은 크다
나는 네 번째 이유 때문에 계속 붙잡았다. 능력 하나 얻고 지도를 다시 열면 아까 못 가던 표시들이 한꺼번에 갈 수 있게 바뀌는데, 그 순간이 이 게임에서 제일 즐거웠다.
탐험을 귀찮아하는 사람이면 메인만 밀어도 되지만, 옆길 파는 재미가 이 게임의 절반이다.
아쉬운 것도 솔직히 있었다
칭찬만 하면 후기가 아니니까 걸렸던 것도 적는다. 우선 적 종류가 아직 좀 부족하다. 전작이 스톰트루퍼 계열이랑 야생 생물 위주였는데, 이번에 한 분류가 추가되긴 했어도 다 잡다 보면 어디서 본 패턴이 반복된다.
보스도 마찬가지다. 어떤 보스는 스토리 진행하면서 3번을 다시 싸우는데, 처음엔 긴장됐지만 3번째쯤 되니 좀 늘어졌다. 나는 이 반복 보스전에서 몰입이 한 번 끊겼다.
그리고 앞서 적은 프레임 드랍. PC 기준으로 패치가 여러 번 나오면서 초기보다는 나아졌지만, 코보 야외 넓은 구간에서는 여전히 가끔 버벅였다. 세일 가격에 산 나로선 감수할 만했는데, 정가 주고 발매 초기에 산 사람이라면 화날 만하다.
스토리 밀도로만 따지면 파이널 판타지 16처럼 컷신에 힘을 몰아준 게임에는 못 미친다. 이쪽은 어디까지나 손맛과 탐험이 주인공이고, 서사는 그걸 받쳐주는 역할에 가깝다.

그래도 올해 마지막 날 엔딩을 본 이유
단점을 이만큼 적었는데도 나는 이걸 60시간 넘게 붙잡았다. 세일 때 담아서 며칠 만져보고 접으려 했던 게임이었다.
이유를 굳이 대자면 스타워즈라는 세계를 내 발로 걸어 다니는 감각 때문이다. 세이버를 켜는 소리, 코보의 붉은 노을, 술집에 하나씩 늘어가는 손님. 대단한 반전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공간에 머무는 게 좋아서 자꾸 접속했다.
메트로배니아를 좋아하고 스타워즈에 조금이라도 정이 있다면, 프레임 문제만 감안하고 세일 때 담아볼 만하다. 나는 12월 31일 밤에 엔딩을 보고 나서, 못 채운 코보의 표시들이 아직 남은 게 아까워서 세이브 파일을 안 지웠다. 다음 연휴에 다시 켤 것 같다.
소울류만 파던 내가 스타워즈 액션에 60시간을 쓸 줄은 몰랐다. 장르 편식이 조금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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