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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해머 토탈워3을 큰맘 먹고 결제하고 처음 실행했을 때, 나는 캠페인 시작 화면에서만 40분을 날렸다. 종족 선택 목록에 세력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데 뭐가 쉬운지, 뭐가 내 취향인지 알 수가 없어서 튜토리얼만 2번 돌리고 그날은 그냥 접었다. 전략 시뮬레이션을 몇 개 해봤다고 자신했는데 이 게임은 시작 세력에 따라 첫 30턴 경험이 완전히 달라져서, 잘못 고르면 초반부터 사방에서 얻어맞고 진입 자체가 고통스러워진다.

그래서 이 글은 첫 세력을 뭘로 잡아야 게임에 정 붙이고 넘어갈 수 있는지, 내가 직접 여러 세력을 돌려본 기준으로 성향과 진입 난이도를 비교해서 정리한 기록이다. 화려한 최적화 빌드가 아니라, 처음 켠 사람이 첫 캠페인을 끝까지 밀 수 있게 하는 관점으로 적었다. 나도 첫 전역을 끝내는 데만 40시간, 이것저것 세력을 갈아타며 쌓은 시간은 60시간이 넘었으니 초반에 헤맨 값은 톡톡히 치른 셈이다.

워해머 토탈워3 첫 캠페인 세력 선택 화면
첫 실행에서 가장 오래 붙잡히는 화면이 바로 세력 선택창이다

튜토리얼만 반복하게 만드는 세력 수

워해머 토탈워3은 2022년 2월 정식 출시됐고, 출시 당시 플레이 가능한 세력이 카오스 4대 신(코른, 널, 슬라네시, 티어치)과 인간 진영 두 세력(키슬레프, 그랜드 카타이), 그리고 첫 주 무료로 풀린 오우거 킹덤까지 총 7개 갈래였다. 문제는 이 세력들이 서로 조작 방식과 고유 시스템이 전부 다르다는 점이다. 다른 전략 게임처럼 종족이 능력치만 조금 다른 수준이 아니라, 아예 다른 게임 7개를 한 패키지에 넣어둔 느낌에 가깝다.

그래서 초보가 아무거나 골라 시작하면 고유 메커니즘을 이해하기도 전에 적 세력에게 밀려버린다. 나도 처음에는 그림이 멋있다는 이유로 카오스를 골랐다가 5턴 만에 외교가 다 막혀 사방에 적을 두고 리셋했다. 세력을 성향별로 크게 묶어서 이해하는 게 첫 단추다. 일단 방어형 인간 세력과 공격형 카오스 세력, 그리고 이질적인 오우거 킹덤으로 나눠 보면 감이 잡힌다.

방어형 인간 세력 두 갈래

가장 무난하게 추천되는 시작점은 인간 세력이다. 키슬레프는 러시아풍의 눈밭 방어 국가로, 얼음 궁정과 대정교회라는 두 파벌의 지지도를 저울질하는 헌신(Devotion) 시스템을 굴린다. 한쪽에 너무 치우치면 내부가 불안정해지므로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이 감각만 잡으면 방어 위주로 차근차근 커나갈 수 있다. 전설군주는 차리나 카타린과 코스탈틴 2명이라 취향껏 고르면 된다.

그랜드 카타이는 만리장성 모티프의 대성채(Great Bastion)를 등지고 북방 카오스를 막는 세력이다. 핵심은 음과 양의 조화(Harmony) 게이지로,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가운데 균형을 유지할 때 건설 할인, 성장, 수입 보너스를 크게 받는다. 여기에 우신 나침반으로 마법 바람을 조종하고, 상아길로 서방에 교역 캐러밴을 보내 돈을 버는 구조가 얹힌다. 전설군주는 폭풍룡 먀오잉과 강철룡 자오밍 2명이다. 두 세력 모두 방어 위주라 초반에 무너질 확률이 낮아 첫 캠페인에 어울린다.

나는 카타이 먀오잉으로 시작했을 때 대성채 한 곳만 잘 지켜도 북방 침공을 막으면서 뒤로 경제를 키울 여유가 생긴다는 걸 느꼈다. 지난 글에서 좀보이드처럼 시스템이 빽빽한 생존 게임을 다루면서도 그랬듯, 시스템이 많은 게임일수록 초반에는 방어적으로 안정을 잡고 하나씩 익히는 편이 훨씬 오래 붙어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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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4대 신의 극단적 개성

카오스 세력은 재미있지만 개성이 극단적이라 첫 세력으로는 난이도가 있다. 코른은 외교가 아예 막혀 있고 오직 전투와 학살로 두개골을 쌓아 보상을 받는 순수 공격형이다. 외교로 숨 돌릴 틈이 없으니 초보에게는 부담이 크다. 은 역병을 퍼뜨리고 건물이 파괴돼도 다시 자라나는 끈적한 생존형이라 맷집은 좋지만 운영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티어치는 마법과 순간이동, 그리모어 수집으로 판을 흔드는 두뇌형이라 시스템 이해도가 높아야 손맛이 나고, 슬라네시는 유혹으로 적 세력을 종속시키고 빠른 기병으로 치고 빠지는 기동형이다. 넷 다 매력적이지만, 고유 자원 관리와 특수 승리 조건을 동시에 익혀야 해서 첫 판부터 잡으면 시스템에 압도당하기 쉽다. 내가 두 번째로 잡은 세력이 티어치였는데, 그리모어 수집 동선과 순간이동 타이밍을 익히기 전까지는 병력만 잃고 헤맸다.

이 부분은 엘든 링에서 빌드를 짜며 고민하던 이야기와 결이 비슷하다. 선택지가 강력할수록 초반에는 오히려 정보량에 눌려서, 하나에 집중해 익힌 뒤 확장하는 편이 실패가 적다. 카오스는 인간 세력으로 기본기를 다진 뒤 손을 대는 걸 권한다.

오우거 킹덤의 용병형 운영

오우거 킹덤은 정착보다 이동 캠프와 용병 계약으로 굴러가는 독특한 세력이다. 다른 세력에 병력을 고용병으로 빌려주고 대가를 받거나, 고기(Meat)를 자원으로 관리하며 대형 몬스터 유닛으로 전선을 밀어붙인다. 유닛 하나하나가 크고 강해서 소수 정예로 싸우는 손맛은 확실하지만, 정착지 관리가 익숙한 사람에게는 운영 흐름이 낯설다.

군대 하나는 다른 세력과 마찬가지로 최대 20개 유닛으로 짜는데, 오우거는 단일 유닛의 덩치가 커서 같은 20칸이라도 훨씬 묵직하게 부딪힌다. 다만 이동 캠프를 세워 보급을 관리하는 흐름이 낯설어서, 첫 세력보다는 인간 세력으로 기본기를 익힌 뒤 두 번째나 세 번째로 잡는 걸 권한다. 파판16의 방대한 세계관을 훑을 때도 그랬듯, 처음부터 예외적인 규칙을 가진 대상을 잡으면 표준을 모른 채 응용부터 배우게 돼서 더 헤맨다.

세력별 진입 난이도 정리표

여기까지 성향을 봤으니 첫 캠페인 관점에서 한 번에 비교해 보자. 진입 난이도는 초보가 첫 30턴을 버티기 쉬운 정도를 기준으로 매긴 주관적 척도다.

세력 핵심 시스템 진입 난이도 추천 대상
그랜드 카타이 음양 조화, 대성채 방어 쉬움 처음 시작하는 사람
키슬레프 헌신, 두 파벌 균형 쉬움 방어 운영 선호
역병, 재생 건물 보통 맷집 싸움 선호
슬라네시 유혹 종속, 기동전 보통 빠른 기병 선호
티어치 마법, 순간이동 어려움 시스템 파고들기
코른 외교 불가, 학살 보상 어려움 공격 일변도 선호
오우거 킹덤 용병 계약, 이동 캠프 어려움 소수 정예 선호

표에서 보듯 첫 세력은 카타이 또는 키슬레프 두 갈래에서 고르는 게 안전하다. 둘 다 방어에 강점이 있어 초반에 실수해도 회복할 여유가 있다. 나도 이 두 세력으로 기본기를 다진 다음에야 나머지 5개 세력의 개성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랜드 카타이 대성채 방어 전투
카타이는 대성채를 등지고 방어하는 구조라 첫 캠페인이 안정적이다

불멸의 제국과 소전역의 차이

세력을 정했으면 어떤 캠페인 지도를 켤지 골라야 한다. 소전역(개별 캠페인)은 세력마다 정해진 좁은 무대에서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이라 규모가 작고 흐름이 정돈돼 있어 튜토리얼 다음 단계로 적합하다.

반면 불멸의 제국(Immortal Empires)은 워해머 3편의 모든 지도와 세력을 하나로 합친 초대형 전역이다. 2022년 8월 베타로 열렸고 2023년 2월 정식 버전으로 안착했는데, 콘텐츠가 방대한 만큼 처음에는 오히려 길을 잃기 쉽다. 세 편을 다 소유해야 모든 세력이 열리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시작 위치가 열 곳 넘게 갈리다 보니, 나는 첫 불멸의 제국 판에서 이웃 세력 3개에 동시에 둘러싸여 20턴도 못 넘기고 접었다. 젤다 왕눈의 광활한 지형에서 방향 없이 헤맸던 것처럼, 지도가 넓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 첫 판은 좁은 무대가 낫다.

정리하면 첫 캠페인은 카타이나 키슬레프로 소전역을 먼저 밀고, 감을 잡은 뒤 불멸의 제국으로 넘어가는 순서가 가장 덜 지친다.

캠페인 난이도와 전투 난이도 조합

워해머 토탈워3은 캠페인 난이도와 전투 난이도를 따로 설정할 수 있고, 각각 쉬움부터 레전더리까지 5개 단계로 나뉜다. 캠페인 난이도는 적 세력의 확장 속도와 외교 태도, 각종 페널티에 영향을 주고, 전투 난이도는 실제 교전에서 적 유닛의 능력치와 사기에 영향을 준다.

초보라면 캠페인은 쉬움이나 보통, 전투는 보통 정도로 시작하는 조합을 권한다. 캠페인 난이도를 낮추면 초반에 여러 세력이 한꺼번에 선전포고하는 상황이 줄어서 시스템을 익힐 시간이 생긴다. 전투를 너무 낮추면 오히려 병력 운용을 대충 하게 되니, 전투는 보통에 두고 진형과 지형을 신경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게 길게 보면 낫다. P의 거짓 난이도를 조절하던 이야기에서도 적었지만, 난이도는 자존심이 아니라 학습 곡선을 조절하는 손잡이로 쓰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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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20턴 운영 순서

세력과 난이도를 정했다면 실제 첫 20턴은 아래 순서로 굴리면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1. 시작 정착지 주변의 적대 세력 위치부터 확인하고, 가장 약한 이웃 1개를 초반 목표로 정한다.
2. 첫 서너 턴은 군주 군대의 병력 보충과 경제 건물 위주로 짓고 무리한 확장을 미룬다.
3. 정착지 공공질서와 부패 수치를 확인해 반란이 터지지 않게 관리한다.
4. 초반 목표로 잡은 이웃 세력의 수도를 점령해 세력 규모를 키우고 수입 기반을 확보한다.
5. 이후 세력 고유 시스템(카타이는 조화, 키슬레프는 헌신)을 본격적으로 굴리며 특성과 기술을 찍는다.

이 순서만 지켜도 첫 캠페인에서 사방에 얻어맞고 리셋하는 상황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확장 욕심을 참고 경제와 방어를 먼저 다지는 게 핵심이다. 나도 이 순서를 지키기 시작한 3주차부터는 리셋 없이 전역을 끝까지 밀 수 있었다.

첫 캠페인 준비 미니 체크리스트로 마무리한다. 처음 켜기 전에 아래만 훑고 시작하면 초반 이탈을 크게 줄일 수 있다.

  • 첫 세력은 그랜드 카타이 또는 키슬레프로 잡았는가
  • 캠페인 지도는 규모가 작은 소전역으로 시작하는가
  • 캠페인 난이도는 쉬움이나 보통, 전투는 보통으로 맞췄는가
  • 첫 목표로 삼을 약한 이웃 세력을 정했는가
  • 확장보다 경제와 병력 보충을 먼저 챙길 계획인가

7개나 되는 세력 앞에서 압도당하지 말고, 방어형 인간 세력 하나로 규칙을 익힌 뒤 취향에 맞는 세력으로 넓혀가면 이 방대한 게임도 충분히 정 붙일 수 있다. 나는 카타이로 첫 전역을 끝낸 뒤에야 카오스 세력의 극단적인 재미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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