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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 2년 만에 2500만 장이 팔린 게임을, 나는 첫 회차 클리어 하나에만 87시간을 썼다. 엘든 링은 2022년 2월 25일 프롬소프트웨어가 만들고 반다이남코가 유통한 오픈월드 소울라이크였고, 메타크리틱 96점이라는 숫자를 단 채 그해 더 게임 어워드에서 올해의 게임을 가져갔다. 세계관의 뼈대는 얼음과 불의 노래를 쓴 조지 R.R. 마틴이 짰고, 게임의 방향은 소울본을 만든 미야자키 히데타카가 잡았다. 나는 그 화려한 숫자들이 붙기 전부터 이 게임을 기다렸지만, 막상 림그레이브 벌판에 맨몸으로 던져지자 그 넓이에 압도당해 사흘을 방향도 없이 헤맸다. 이 글은 내가 첫 회차를 밀어붙이며 축복을 따라 걷고, 마르기트 앞에서 수십 번 죽고, 끝내 엔딩을 받아 들던 그 시간순 기록이다.
림그레이브에서 축복의 빛을 따라 걸어라
처음 조작을 넘겨받았을 때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지도는 텅 비어 있었고 목표를 찍어주는 화살표도 없었다. 대신 발밑에서 황금빛 실이 한 가닥 피어올라 어딘가를 가리켰는데, 그것이 이 게임의 나침반인 축복의 인도였다. 나는 그 빛을 따라 걷기로 했다. 축복은 이 세계의 화톳불에 해당하는 지점이고, 그 앞에 앉으면 체력이 차고 성배병이 채워지며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토렌트라는 유령마를 얻고 나서야 이 넓은 대지가 비로소 걸을 만해졌다. 나는 예전에 데몬즈소울 후기를 쓰면서 선형적인 스테이지를 하나씩 격파하는 구조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엘든 링은 그 틀을 완전히 부수고 나를 벌판 한복판에 풀어놓았다. 어디로 가든 상관없다는 자유는 처음에는 해방감이었다가, 곧 막막함으로 바뀌었다. 나는 룬을 모아 레벨을 올리고, 죽으면 그 자리에 룬을 흘려두고 다시 달려가 회수하는 리듬에 몸을 맡기며 조금씩 이 벌판에 적응해 갔다.
첫 관문 마르기트 앞에서 무릎을 꿇어라
림그레이브를 어느 정도 익혔다 싶을 때, 스톰빌 성 입구에서 마르기트가 나를 막아섰다. 이 보스는 초반 유저의 오만을 꺾어놓는 역할로 유명했고,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첫날에만 스무 번 넘게 죽었다. 황금빛 무기를 허공에서 소환해 내리찍는 후반 패턴에 나는 번번이 당했다.
여기서 내가 배운 건 정직하게 강해지라는 것이었다. 나는 벌판으로 되돌아가 흩어진 축복을 더 찾고, 서브 던전을 돌며 룬을 벌어 레벨을 다섯쯤 더 올렸다. 유령을 소환해 마르기트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방법도 이때 익혔다. 세키로 뉴비 후기에서 겪었던 패링 위주의 정면 승부와 달리, 엘든 링은 도망치고 소환하고 우회하는 모든 비겁함을 허락하는 게임이었다. 나는 그 관대함에 기대어 마침내 마르기트의 마지막 체력을 깎아냈고, 성문이 열렸다.

스톰빌 성에서 고드릭의 목을 노려라
성 안은 벌판과 완전히 다른 밀도의 공간이었다. 좁은 통로마다 궁수와 병사가 매복해 있었고, 나는 몇 번이나 함정에 걸려 뒤에서 칼을 맞았다. 이 구간에서 나는 소울류가 원래 이런 장소였다는 걸 새삼 떠올렸다. 넓은 벌판에서 잊고 있던 긴장감이 좁은 성벽 안에서 되살아났다.
성의 주인인 고드릭은 이 게임의 첫 대형 보스였다. 여러 육신을 억지로 이어 붙인 흉측한 모습으로, 후반에는 자기 팔에 용의 머리를 접붙여 화염을 뿜었다. 나는 이 화염 패턴에 계속 구워지다가, 방패로 막기보다 옆으로 굴러 피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꾸고 나서야 흐름을 잡았다. 고드릭을 넘고 대룬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 나는 비로소 이 세계에서 한 지역의 주인을 정리했다는 실감을 얻었다.

리에니에 호수에서 라니의 부탁을 붙잡아라
스톰빌을 벗어나자 리에니에라는 마법의 호수 지대가 펼쳐졌다. 물에 잠긴 학원과 밤하늘이 아름다워서, 나는 한동안 보스도 잊고 그저 걸어 다녔다. 이 넓은 오픈월드가 지루하다는 평도 많았지만, 나에게는 이 정처 없는 배회 자체가 엘든 링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이 지역에서 나는 마녀 라니를 만났다. 라니는 나에게 자신의 여정을 도와달라 청했고, 그 부탁을 붙잡은 것이 내 첫 회차의 방향을 결정했다. 미야자키 히데타카 특유의 불친절한 서사는 여기서도 그대로였다. 퀘스트 발동 조건을 모르면 통째로 놓치는 구조라, 나는 몇 번이나 게임 바깥의 정보를 뒤져야 했다. 이 불친절함은 P의 거짓 후기처럼 친절하게 길을 안내하는 후발 소울라이크와 정확히 반대편에 서 있는 태도였다. 답답하면서도, 스스로 세계를 파헤친다는 그 감각만큼은 다른 어느 소울라이크도 대신해 주지 못했다.
표 하나로 내 첫 회차 동선을 새겨 두어라
첫 회차가 끝나갈 무렵, 나는 내가 어떤 순서로 무엇을 넘었는지 스스로 정리해 두고 싶어졌다. 아래는 내 첫 회차의 주요 보스 동선을, 내가 체감한 사망 횟수와 함께 적어둔 표다. 어디까지나 내 손이 겪은 기록일 뿐, 정답 순서는 아니다.
| 순서 | 보스 | 위치 | 내가 죽은 횟수 |
|---|---|---|---|
| 1 | 마르기트 | 스톰빌 성 앞 | 23번 |
| 2 | 고드릭 | 스톰빌 성 | 11번 |
| 3 | 라다안 | 카일리드 | 15번 |
| 4 | 라이커드 | 화산관 | 6번 |
| 5 | 말레니아 | 미퀠라의 성수 | 41번 |
| 6 | 엘든비스트 | 최종 지점 | 9번 |
이렇게 적고 보니, 정작 나를 가장 오래 붙든 보스는 스토리 진행에 필수도 아니었던 말레니아였다. 필수 보스만 따라갔다면 훨씬 빨리 끝났겠지만, 나는 이 세계의 구석을 뒤지는 걸 멈추지 못했다.

무릎 꺾는 검 말레니아 앞에서 인내를 배워라
말레니아는 내 첫 회차에서 넘은 가장 높은 벽이었다. 표에 적었듯 41번을 죽었고, 실제 체감으로는 그보다 더 많았다. 이 보스의 악명 높은 물 흐르는 검무 패턴은, 한 번 발동되면 연속 베기가 쏟아지는 데다 맞을 때마다 상대의 체력을 회복시켜 준다는 점에서 잔인했다. 나는 이 패턴을 정면에서 버티려다 수십 번을 갈려 나갔다.
결국 나를 구한 건 인내였다. 나는 공격 욕심을 버리고, 한 번 때리면 반드시 한 번 물러나는 리듬으로 방침을 바꿨다. 다크소울2 클리어 후기에서 배운, 상대의 긴 콤보가 완전히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딱 한 대만 넣고 빠지는 그 소극적인 운영이 여기서도 통했다. 급할수록 천천히 가라는 소울류의 오래된 격언을, 나는 말레니아 앞에서 41번의 죽음으로 다시 새겼다. 마지막 일격이 들어가고 그 붉은 잔영이 스러질 때, 나는 컨트롤러를 내려놓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라다곤과 엘든비스트를 넘어 엔딩을 받아들여라
최종 지점에는 두 개의 벽이 연달아 서 있었다. 먼저 라다곤이 순간이동으로 거리를 좁혀오며 나를 몰아세웠고, 그를 넘자마자 곧바로 엘든비스트라는 거대한 존재가 등장했다. 회복할 틈도 없이 이어지는 이 2연전 구조가 첫 회차의 마지막 관문이었다. 엘든비스트는 넓은 공간을 유영하며 별의 잔해를 뿌렸고, 나는 토렌트를 소환해 그 광활한 무대를 달리며 거리를 벌렸다.
87시간의 여정 끝에 마지막 체력이 깎여 나가고 엔딩이 흘렀을 때, 나는 이 게임이 왜 잘 만든 소울라이크라는 애매한 평가와 역대급 명작이라는 찬사 사이에서 갈렸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조지 R.R. 마틴의 방대한 세계를 미야자키 히데타카의 손끝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엘든 링은 익숙한 소울본의 문법을 오픈월드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 그대로 펼쳐냈다. 누군가에겐 동어반복이었고, 나에게는 그 문법의 완성형이었다. 2024년 6월 21일 나온 확장팩 황금나무의 그림자까지 밀고 나서야, 나는 이 세계에서 겨우 발을 뺄 수 있었다.
첫 회차를 마친 지금, 이 게임을 처음 켜는 사람에게 남기고 싶은 미니 체크리스트는 이렇다.
- 축복의 황금빛 실을 나침반으로 삼되, 옆길로 새는 걸 두려워하지 마라
- 보스에 막히면 정면 승부 대신 벌판으로 돌아가 룬을 벌어 레벨을 올려라
- 유령 소환과 원거리 우회는 비겁함이 아니라 이 게임이 허락한 전술이다
- 라니 같은 NPC 퀘스트는 발동 조건이 까다로우니, 만나면 반드시 대화를 끝까지 챙겨라
- 말레니아처럼 필수가 아닌 벽은 급하지 않다, 첫 회차엔 넘지 못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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